2010년 주택 시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상반된 정보의 홍수, 정부의 역할 증대, 거래 감소, 대내외적 금융/경제 불안 등에 의해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통용되어 왔던 부동산 시장논리들(부동산 불패신화, 수도권의 주택가격 선도, 전세가격과 주택가격간의 상호견인, 저금리기조에 의한 주택가격 상승 등)이 흔들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에 거론됐던 주요 이슈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정리하고 2011년 주택시장의 향방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반적인 시장 흐름은 주택가격 대세 하락 유지인가? 이젠 바닥인가?
2010년 상반기에는 주택가격의 대세 하락론이 당연하게 받아 들여졌으나 하반기에 들어 주택가격 바닥론이 거론되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각각은 수급 상황, 경제상황, 대외적 충격, 정책의 방향성의 주요 요인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주택가격의 적정성, 과잉공급과 미분양 문제, 대기수요의 증가, 금리인상 및 물가 인상 가능성, 한시적 세제(취등록세 및 양도세) 완화 해제, 신도시의 전매제한 적용예외 물량의 증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도래 등의 시장 내적 요인과 유럽의 부채 문제, IT 버블 가능성, 대북 리스크에 따른 경제적 충격 등의 대외적 요인을 근거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주택가격은 고점(2006년) 대비 조정이후(2009년)에 33% 하락한데. 반해 한국의 경우 2009년에 2%내외만 조정 받았다는 점에서 하락을 주장하고 있다.
주택가격 바닥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민간부문의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3년간 감소하고 있는 입주 물량, 지방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 해소,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회복 속도, 전세가격의 급등, 소형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한 규제 완화 및 수요 증가, 민간의 주택사업 축소 기조, 용적률 완화 등에 따른 재개발/재건축사업 재개 및 그에 따른 멸실 주택증가 등을 주택가격 회복의 단초로 보고 있다. 이 두 주장들은 일견 모두 합당해 보인다. 이는 시장환경의 급변으로 주택시장의 세분화가 가속되면서 지역, 일정시점, 규모, 주택유형 및 점유형태에 따라 하락 또는 상승하는 양상이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바닥이더라도 박스권을 깨고 상승하는 국면으로 전화되기에는 제한요인이 많아 주택가격은 한동안 답답한 횡보국면이 우세해 보인다. 우선 현재 시장의 흐름만 보더라도 DTI 규제완화, 이사철수요, 전세가격 급등과 맞물려 급매물을 해소시키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주택시장은 가격 상승여력이 높고 임대수익 창출이 가능한 소형주택의 약진
현재 주택시장은 추가적인 글로벌 금융위기 전망(유럽 국가 부채 문제 및 IT버블 가능성 재등장), 경제 회복을 위한 저금리 기조 피로 및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 대두, 한시적 세제, DTI 규제 해제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급요인과 실수요, 적은 비용부담 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보금자리 주택과 도시형 생활주택을 중심으로 한 소형주택 시장이 관심을 받고 있다.
2000년 활황기에는 중대형 공급 비중이 증가하는 시점이었다. 이는 2000년대 초에 경기회복, 주거면적 확대 및 기대에 부흥하여 공급이 부족했던 중대형 주택의 공급이 증가하였고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유동성이 이 물량을 모두 받아 주면서 중대형의 공급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을 유인했다. 반면 2008년 이후에는 경제 불확실성 증가, 고분양가 논란, 수요여력 감소 가능성 확대 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실수요를 중심으로 한 시장이 형성되었다. 이에 매매보다 전세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가격부담, 환금성, 지속적인 수익 가능성 등에 따라 투자수요마저 중대형보다 소형주택/오피스텔을 선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형시장의 수급 상황은 어떠할까?
2007년 이후 주택 공급시장은 “고분양가 논란→분양가 상한제 확대에 따른 밀어내기 분양→미분양 저첵→글로벌 금융위기→경기침체→민간 공급축소→한시적 세제 지원(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에 따라 2009년 12월) 등에 따라 밀어내기 분양→보금자리주택 공급 및 대기수요 증가→민간 건설사 주택사업 축소→향후 2~3년간 공급부족 논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2000년대 초반보다 적은 물량이 공급되었지만 규제 회피물량의 단기적인 공급증가, 중대형 위주의 공급증가, 일정지역에 물량 집중으로 과잉공급문제가 대두됐다. 이러한 공급에 의해 전국적인 미분양은 감소하는데 10월 현재 수도권에는 3만가구에 해당하는 미분양이 적체되어있다.
특히 85㎡ 초과 규모의 민간 미분양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분양가상한제에 의해 밀어내기식 공급이 주로 중대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준공년도별로 규모별 공급추이를 보면, 수도권과 전국의 아파트는 모두 1970년대 이후 급격하게 중대형 평형이 증가하고 소형평형은 감소하고 있다. 1970년에는 15평형이하대가 주로 공급된데 반해 1980~90년대에는 20~30평형대가, 2000년대에는 30~40평형대가 주로 공급되었다. 이처럼 중대형 주택을 중심으로 고분양 논란과 가격하락기대감이 증가하면서 2007년 10월이후에 중대형 주택의 미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0년 10월 현재 전국 미분양 중 85㎡ 초과 규모의 비중은 70.3%로 2007년 1월의 19.1%대비 크게 증가하였다.
즉, 소형주택의 공급이 감소한 상황에서, 소비여력 및 구매심리 위축으로 상대적으로 저가 매물을 선호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대형 주택은 미분양이 증가하였고 소형주택 수요는 증가하여 가격이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소형주택의 수요에 대응하여 최근 정부는 2011년 공급되는 21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 중 60㎡ 이하의 공급비중을 분양주택은 50%이상(기존 20%),임대주택(10년·분납)은 80%이상(기존 60%)로 확대하겠다고 했으며 민간의 중소형(60~85㎡) 규모 보금자리 주택공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향후 11천가구 공급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1~2인 가구 수요가 많은 서울시에서는 2020년까지 소형주택 30만가구의 공급계획/발표하였다. 이중 50㎡이하의 초소형 주택공급계획도 포함되어 있으며 초소형 주택의 경우, 도시형생활주택보다 완화된 주차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 주택수요변화 요인으로는 주택을 주로 소비했던 베이비붐세대의 은퇴를 들 수 있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2011년에 도래하면서 주택소비패턴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형주택은 은퇴 베이비붐세대에게 거주 또는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단기적으로 주택수요의 극감을 유인한다고 보고 있지만 대체(이사)수요가 요구되기 때문에 오히려 소형주택의 수요는 더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주요 보유자산이 금융자산으로 각각 45%, 63%에 달하는데 비해 국내 베이비붐 은퇴자의 경우는 자산의 75%가 부동산자산에 묶여있다. 재산이 많고 소득이 감소하는 국내 은퇴자의 입장에서 가구의 분화로 큰 규모의 주택이 필요하지 않고, 주택가격 상승이 확실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동산자산에 전재산을 묶여두기보다는 정기적인 수익이 있는 자산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거주 주택의 규모를 줄여 차액을 금융자산에 투자하거나, 임대수익이 가능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안전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일정수익을 내기 어렵고 리스크가 있는 자산에 노후를 담보하는 베이붐세대는 많지 않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중소형 주택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소형 주택은 실수요자, 임대사업자, 젊은 분가세대 등의 수요를 흡수하면서 공급 비중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또한 최근 세제혜택이 중소형에 한정되는 실정이어서 고령자들의 소형 선호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형주택의 약진도 시장 전반의 회복에는 제한적
전체적인 2011년의 시장 양상은 올해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가 일정 박스권 내에서 변동하면서 “지루한”양상을 보이는 반면 세부시장별로는 상승 혹은 하락이 상반되게 나타날 것이다. 즉, 가격 바닥론 측면에서의 시장 회복요인은 분명히 존재하나 시장전체로 확산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다만, 전세가격 상승은 중소형 매매가격에 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적은 입주물량 중에서도 중소형 선호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 내에서의 청약과열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의 소형평형의 평당가격 회복이 중대형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도 예견할 수 있는 사항이다.
수급불균형이 발생한 소형주택의 약진은 기본적으로 2~3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주택의 경우 2000년대에 수급불균형과 투자수요로 약 10년 내외의 가격상승과 공급증가가 있었다. 동일기간동안 소형주택의 공급이 감소했고 최근 소형주택에 수요가 인지되면서 한동안 공급과 수요가 모두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주택의 낮은 환금성, 거래규제, 건설기간에 따른 비탄력성이다. 전체적인 공급물량은 감소하는 가운데 소형주택의 공급만 지속된다면 현재의 대형주택처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과거 무분별한 지방주택공급확대, 대형주택 위주의 공급, 밀어내기식의 분양 등으로 인해 공급자들이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공급자 스스로 공급유형을 다양화하고 수급을 조절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소형주택 및 지방시장의 회복이 도래했듯이 미래에 대형 및 수도권 시장이 각광받을 날도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수요자들도 실수요와 목적에 맞는 장기투자가 필요하다.
수도권의 재고+입주 아파트의 규모별 평당가격 변동률
또한 소형주택 및 전세시장의 거래/가격 상승이 시장전체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거래기능 회복이 필요하다. 부동산시장의 위축은 건설산업, 금융기관 부실, 가계부담 증가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중요하다. 시장활성화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가격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조정능력을 갖는 것을 의미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주택부족 및 공급위주의 주택시장에서 만들어진 공급제도, 세제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2011년에는 할인해야 팔리는 주택이 아닌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합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주택가격(주택가격+세금+이자비용)이 형성될 수 있는 시장을 볼 수 있길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