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황정일]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강북으로 확산되면서 전세난이 심화하자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도 늘고 있다. 전세 계약기간인 데도 집주인이 전셋값 인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전셋집을 새치기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서울시 주택임대차 상담실 박예순 상담위원은 “최근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인상 시기와 폭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다투는 일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전세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이 같은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세입자는 물론 집주인 역시 전·월세(주택임대차) 계약과 관련된 분쟁 사례나 대처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소비자원과 서울시 주택임대차상담실 등에 접수된 대표적인 전·월세 분쟁 사례와 대처법을 문답풀이로 알아봤다.

-집주인이 전세 계약 만기 열흘 전에야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통보해왔다. 그러지 않으면 집을 비우라는데.

“집주인이 전셋값 인상 등 계약 조건을 바꾸려면 최소 계약 만기 한 달 전에 세입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전 계약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묵시적 갱신)이므로 집을 비우지 않아도 된다. 다만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라도 집주인은 전셋값의 5% 이내에서 올려달라고 할 수는 있다. 따라서 주변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면 집주인과 협의해 5% 이내에서 전셋값을 올려주는 게 바람직하다.”

-1년 전 전세 계약을 했는데 집주인이 그동안 전셋값이 많이 올랐으니 올려달라고 한다. 계약기간 중이므로 올려줄 수 없다고 하니 소송하겠다고 한다.

“계약기간이 남았더라도 전세 계약 1년 뒤부터는 경제 상황 변화(물가·전셋값 등이 많이 오른 경우) 등에 따라 집주인이 5% 이내에서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세입자가 동의해야만 가능하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거부하면 법원에 민사조정신청을 해야 한다.”

-전세 계약기간 중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전셋값을 5% 올려줬다. 전셋값이 내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세입자 역시 계약기간 중이라도 전셋값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집주인이 동의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민사조정 신청을 해야 한다. 다만 계약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셋값이 내렸다면 집주인과 인하 폭을 협의해 재계약하면 된다.”

-전세 만기가 3개월 정도 남았는데 이사 갈 일이 생겼다. 집주인은 계약 만기 전이므로 새 세입자를 구하는 비용(중개수수료)을 내라고 한다. 

“관련법상 중개수수료는 집주인이 내야 한다. 반면 집을 빨리 비워 집주인이 피해를 봤다면 세입자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위약금은 전셋값과 계약기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새 세입자를 구하는 비용 정도다.”

-며칠 전 어렵게 전셋집을 구한 뒤 계약금을 걸고 계약서를 썼다. 그런데 전셋값을 올려 주겠다는 또 다른 세입자가 나타나자 집주인이 계약금을 돌려줄 테니 계약을 깨자고 한다.

“계약금만 준 상태라도 계약이 이뤄진 것이므로 집주인이 이를 파기했다면 계약금 외에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위약금은 통상 계약금의 100%다. 따라서 집주인이 계약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면 계약자에게 2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 

황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