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매매시장까지 온기, 미분양 해소도 '활발'
- 부동산 전문가 "집값 오를 것.. DTI 연장 변수"

새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다. 미분양 감소세도 눈에 띄고 수도권 매매시장도 회복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짚었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최근 부동산 시장이 상승 기류를 나타내고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주요 건설사 주택사업 담당자들과 분양 현장소장들은 비수기임에도 불구, 미분양 판매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본지는 부동산 전문가 3인과 함께 국내 부동산 시장을 짚어봤다. 이들은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정부 정책, 공급물량 등을 변수로 꼽았다. 

◆"저점 보인다" 매매수요자 '꿈틀'

지난해 매매시장은 주택경기 침체와 더불어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공급물량 감소로 기존 주택단지 거래가 수월했고, 양도세 감면 연장 등 정책에 힘입은 지방에 비해 수도권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매매가 변동률은 0.14~0.39%로 플러스 변동률을 보인 반면, 수도권은 1~2, 11~12월은 제외하고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도권도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8.29대책이 발표된 이후 가을에 접어들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높은 전셋값 상승세와 더 이상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매매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수도권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가격 저점을 인식한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소형과 재건축아파트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편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8. 29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가을을 지나며 하락세가 둔화됐고 실거래량도 차츰 늘며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5만3558건으로 전달인 10월의 4만1342건보다 29.5% 늘었다.

특히 버블세븐 지역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이중 몇 년간 낙폭이 컸던 분당, 용인, 평촌은 지난해 10월 접어들며 하락폭이 둔화되고 점차 상승하고 있다. 상반기 입주폭탄으로 침체에 빠졌던 용인은 10월 이후 소형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됐고 양천은 급매물이 많이 나오며 거래가 이뤄졌다. 송파도 제2롯데월드 호재 등으로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업계, 올해 회복세 '기대'

건설사들의 미분양 해소도 힘을 얻고 있다. 신통치 않은 분양 성적에 업체들이 신규 분양을 연기하거나 취소하자 물량 감소로 미분양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주택경기가 침체됐지만 실수요 위주의 매매수요는 잠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현대산업개발 주택사업본부장 박창민 부사장은 “지표상의 결과만 보더라도 주택시장은 충분히 바닥을 친 것으로 판단되고 대세론 확산 시 대기 수요층의 구매전환 가능성으로 단기 반등세도 점쳐진다”며 “전반적이고 전국적으로 본격적 회복이 가시화되기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겠지만 지역별로 상품별로 회복의 징후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토부의 전국 미분양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초 약 12만가구에 달했던 미분양 아파트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다 같은해 10월말 10만가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월 11만9039가구에서 12월 9만4539가구로 약 2만4500가구가 팔린 것.

STX건설 마케팅팀 박윤서 과장은 “지난달부터 아파트형 공장 관련사업이 민감하게 작용되면서 전매 및 분양거래가 속속들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식시장 역시 소비자신뢰지수가 향후 6개월 내에 선행지수로 될 것으로 보고 있어 하반기 이후에나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림산업 이영선 주택사업팀장은 “건설사들의 자구노력을 밑바탕으로 지난해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많이 해소됐다”며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현장도 '방긋'.. 물량해소 탄력

현장에 나가있는 분양소장들도 고무적인 분위기다. 인천 서구 당하동 일대에 분양 중인 검단 힐스테이트 5차 이병현 분양소장은 “평상시였다면 비수기인 겨울 발길이 뜸했겠지만 요즘 계약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바닥론에 대해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져 기다릴 만큼 기다린 수요자들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천 에코메트로3차 더타워 장원석 소장도 “현재 분양시장이 조건도 좋은데다 ‘이참에 사두자’는 수요자들의 인식이 강해 물량 해소에 탄력을 받고 있고, 용인 등 다른 한화건설 현장에서도 계약률이 높게 나오고 있는 편”이라며 “상반기 중에는 분양시장이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용인 성복 아이파크 김병석 소장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분양시장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책 부분이 안정화가 된다면 올 2분기부터는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단지를 비롯해 수도권에 분양 중인 곳들은 5%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무이자 혜택, 무상 발코니 확장 등의 조건을 내걸고 비수기에도 잔여 물량 해소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 3인, "지난해보다 회복"

최근 시장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도 궁금하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와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본격적인 회복세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지난해보다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데에는 생각을 같이 했다.

김학권 대표는 “수도권, 특히 강남권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으며 부동산 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서도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변화가 나타났다”며 “올 주택시장은 분양시장 약세로 기존주택이 선도하다가 2분기 이후 서서히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윤경 연구위원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거래량도 증가한다는 점에서 바닥을 다지는 중으로 판단된다”며 “하반기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고 매매가격은 1~2%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예년수준으로의 회복까지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원갑 연구소장은 “매매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는 반면 전세시장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불안이 예상되지만 입주물량 감소와 주식시장 호전에 따른 유동성 공급, 저금리 유지 등으로 작년보다 시장여건이 다소 호전될 것”이라며 “소득 대비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감,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심리 저하, 대규모 미분양 등으로 급상승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정부정책, 입주물량, 금리인상.. '관심사'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 최대 화두 중 하나로 DTI완화 연장을 들었다. 지난해 8.29대책으로 강남권을 제외하고 한시 폐지됐던 DTI규제가 오는 3월이면 기한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박 연구소장은 “3월 DTI연장 여부가 시장 향배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DTI 연장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다시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도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이 좌우하는데,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부담으로 올 상반기 정책변화 가능성이 높다”며 “분양가상한제 폐지, DTI 현장,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정부 매수 및 한시적 양도세면제 등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허 연구위원은 “주택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현재의 총량 부족 상황을 위한 주택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외 이슈로는 추가 금리인상 여부와 시기, 입주물량 감소가 있었고 주식 호황 이후 움직이는 부동산 특성상 최근 주식 시장 호전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또 5월 1순위 자격을 얻는 500만명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들도 변수로 예상됐다.

◆올해 유망 지역&상품은?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회복세를 보일 부동산 시장에서 눈독을 들일만한 지역이나 상품으로 어디, 무엇을 예상했을까.

허 연구위원은 지역으로는 서울, 평형으로는 소형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수도권은 서울지역이 선행해서 회복될 것이고 소형에 대한 수요 집중현상은 올해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소장은 “틈새시장인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같은 임대형 상품시장이 더 각광을 받을 것 같다”며 “상가의 경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공급과잉과 낮은 임대수익이 복병이고, 토지 시장은 회복이 가장 늦은 후행적 성격이 강해 본격 회복이 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지만 올해 상반기 지구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이는 개포주공, 잠실5단지, 가락시영 등 강남권 재건축단지와 집값 회복시 선도 가능성이 높은 분당 등 신도시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또 입지 좋은 도심 재개발과 위례신도시, 광교, 세종시 등을 유망 지역으로 예상했다.